뉴스투게더 김인숙 기자 | ‘효’와 ‘뿌리’로 통하는 가족과 세대 공감 축제 ‘제16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끝났다. 육군 군악대가 이끄는 110개 문중 4,000여 명이 참여한 ‘문중퍼레이드’는 축제의 백미였다.
문중별 역사 인물과 전통을 재해석해 우리의 성씨 ‘뿌리’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했다. 244개 성씨조형물이 조성되어 있는 만성산과 함께 ‘뿌리축제’의 전통을 시민들이 느끼고,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제16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인, 소상공인들이 축제의 주인공이 됐다.
축제의 대상이 아닌 축제를 만드는 주인으로 시민들을 만났다. 올해는 중구 지역화폐 ‘중구통’이 축제의 주요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지역 상생문화축제를 표방해 온 중구의 축제 정통성이 더 명확해졌다. 전국 유일의 효를 테마로 한 축제이자, 지역의 문화·예술의 전통을 함께 즐기는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대전지역에서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 예비 축제로 선정된 이유를 증명했다.
3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축제를 참가한 관람객들에게 ‘효’와 ‘뿌리’를 통해 세대 간 공감 축제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특히 244개 성씨 조형물이 조성된 ‘뿌리공원’은 이번 제16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를 통해 다시 한번 ‘뿌리축제’의 근간임을 각인시켰다. 개막식과 함께 진행한 ‘중구 명문가 선정식’은 효문화뿌리축제를 통해 중구의 자긍심과 전통을 잇는 새로운 상징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제2대 중구 명문가는 40여년 중구를 지키며 나눔과 봉사 활동에 헌신한 ‘제일화방’ 김영기 가문이 선정돼 의미를 더했다.
◇깊어진 상생문화축제...지역축제의 새 이정표
40여 개 지역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해 만든 ‘프린지 무대’와 ‘수변무대’ 공연은 지역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이 축제의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는 새로운 축제무대를 연출했다. 본무대를 중심으로 개·폐막식 행사에 초청된 소리꾼 장사익과 중구 출신 트로트 신동 김태웅 군, 가수 김희재, 감성 발라더 조째즈 등의 공연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공연과 어우러져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유명 연예인 중심의 획일적인 축제 공연에서 벗어나 지역 문화예술인과 상생문화축제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제시해 지역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대전효문화뿌리축제는 지역의 전통문화를 잇는 다양한 기획을 통해 축제의 전통을 만들어가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올해 역시 중구 전통 민속놀이이자 지난해 제65회 한국민속예술제 대통령상을 수상한 ‘버드내보싸움놀이’를 비롯해 ‘부사칠석놀이’, ‘문창동 엿장수 놀이’가 축제 메인무대에서 시연돼 중구다움을 더했다. 개막식 사전공연으로 ‘효’를 재해석한 지역 극단 ‘우금치’의 마당극 ‘청아청아 내딸청아’, 전통한복 프리스타일 모델 선발대회, ‘전국시조창대회’, 문중시화전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축제 문화예술 공연의 폭과 깊이를 더했다.
◇주민이 직접 준비한 잔치 음식으로 축제의 맛 살려
축제하면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대전효문화축제는 16회를 이어오며 축제장 바가지 음식값 논란이 없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모든 먹거리 부스가 지역 상인과 지역 주민단체들이 직접 만들고 판매해 저렴한 가격에 유명 맛집의 음식을 축제장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해 호평을 받았다.
올해는 동소예, 강변산닭 등 중구 대표 맛집 8곳과 주민단체 8곳이 참여한 ‘먹거리존’에서 지역 상인과 주민, 축제를 즐기러 온 시민들이 중구 지역화폐 ‘중구통’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도 다른 지역축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차별성이다. 이를 통해 지역 상권활성화에도 기여하면서 상생 축제의 기반을 더 확고히 했다. 중구는 축제에 앞서 ‘중구통’ 및 지역 상권을 이용한 영수증을 인증하면 소정의 선물을 제공하는 등 축제를 통한 지역 상권 활성화에 공을 들였다.
◇가족 체험으로 ‘효’, ‘뿌리’ 문화를 즐기다
3일 내내 본무대 주변에서는 각 문중의 전통과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문중 체험 부스가 운영돼 가족단위 체험이 이어졌다. 한산 이 씨 ‘한동 수은공 종택 무드등 만들기’, 안동 권 씨 ‘권율장군 입체퍼즐 만들기’, 동래 정 씨 ‘상평통보 만들기’ 등 문중 전통을 경험하는 시간이 됐다.
244개 성씨조형물이 조성된 만성산을 보물 찾기와 함께 즐기는 체험은 우리의 전통 성씨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 축제의 무대가 된 뿌리공원을 걸으며 뿌리공원의 역사와 우리 전통 성씨문화를 퀴즈를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제공한 라디엔티어링 대회도 축제의 경험을 더 뜻깊게 했다.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직업 키자니아 체험은 하루 종일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다. 축제가 단순히 소비하는 차원을 넘어 가족과 세대가 함께 ‘효’와 ‘뿌리’을 통해 공감하는 축제를 만들어냈다.
◇이주민, 청소년 ‘뿌리문화’ 세대공감의 주인공으로
올해 뿌리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12만 명의 한국 내 이주 고려인들의 고향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독립운동가인 홍범도 장군 후예인 이주 고려인들이 준비한 전통 문예 공연은 뿌리축제를 더 빛나게 했다. 27일 축제 둘째 날 열린 외국인, 다문화가족 장기자랑은 K-POP과 K-콘텐츠의 인기를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청소년들도 뿌리축제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4일일 대전 청소년 태권도시범 경연대회 수상팀이 선보인 축하공연과 지역 청소년, 청년으로 구성된 ‘흥몰이단 효자났슈’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무엇보다 매년 대전효문화뿌리축제의 메인이벤트로 진행되고 있는 ‘전국 효문화 청소년 페스티벌’은 청소년들의 다양한 끼와 꿈을 펼치는 무대가돼 세대를 연결하는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제2뿌리공원 조성, 전국 유일 ‘족보박물관’...성씨 문화축제로
제16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중구는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인, 소상공인이 함께하는 상생문화축제의 비전을 통해 대전효문화뿌리축제의 확장을 꽤 하고 있다. 지역 주민을 축제의 주인공이 되도록 기획과 참여를 보장하고, 일회성 경제 활성화가 아닌 지역의 순환경제로 이어지는 축제 활성화 전략을 더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전효문화뿌리축제의 정체성을 더 강화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현재 추진 중인 ‘제2뿌리공원’ 조성사업과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족보박물관’을 통해 최근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족보문화를 더 체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박물관 재정비도 고려 중이다. 이를 통해 ‘효’, ‘뿌리’를 매개로 한 축제의 정체성을 강화해 향후 ‘성씨문화’ 축제로 확대할 계획이다.
성씨조형물이 조성된 뿌리공원에서 상시적인 문중 축제를 추진하고, 축제 위원들이 제시한 우리의 ‘족보’, ‘성씨’ 문화와 연계된 외국의 가문 문화와 교류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우리 사회가 이주민의 정착이 늘면서 새로운 성씨 역시 늘어나고 있는 점도 향후 성씨문화 축제로의 전환을 고민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효’와 ‘뿌리’의 정체성을 넘어 ‘성씨문화’의 전통과 문화를 아우르는 축제로 발돋움할지 주목된다.